- 2013/01/24 00:5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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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 길을 걷다가 '도를 아십니까'나 '영혼이 맑으시네요'라고 말하는 이들에게
여러번 잡혀 본 적이 있다. 언젠가는 학교 안에서 이상한 종교의 모집자 두 명을 만나
(그것도 야밤에) 지하철 역까지 내려가면서 이것 저것 얘기를 나누었는데,
헤어지기 전에 "종교 같은건 안 믿으셔도 될 것 같아요"라는 소리를 들었다.
한동안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었는데, 요즘 따라 곁에 다가와 말을 건네거나
지나가다 잡히거나, 심지어는 서점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가오기까지 한다.
근데 오늘 길을 걷다가, 버스에서 창 밖을 보다가 문득 떠오르게 된 생각은
혹시 그들을 불러들일 정도로 내 표정이 어두운게 아닌가 하는 물음이었다.
마음을 고되게 하던 사람을 잊었고, 가슴에 차오르던 악의 원인도 알게 되었다.
나의 밝음과 관심이 누군가를 괴롭게 하거나 귀찮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.
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'자기 앞길을 막지 않을 때'만 내 편이라는 것도,
나를 무시하고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른 측면에서는
나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 참 슬프고 어지러웠다.
웃자. 나의 밝음이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고 해서 어두워질 필요는 없다.
그것만은 내 잘못이 아니고, 복잡하고 슬픈 눈빛을 가진 그 사람의 탓이었다고,
트라우마 때문에 조금만 빛이 들어와도 도망치는 그 사람의 탓이었다고,
끊임없이 되뇌지만, 슬퍼진다. 나는 사람의 나약함과 잔인함을 동시에 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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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유나 힐링에 대해 온갖 이론과 방법들이 쏟아지는 시기이다.
누군가는 내게 공부와는 다른 취미를 가져야 한다고 했고,
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여가생활을 하려는 나에게
그렇게 '계획적'이고 '규칙적'인건 취미가 아니라고 했다.
어느 날 주말 아침에 눈을 뜬 뒤 생각나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.
생각해보면, 나는 뭔가 동적인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.
더욱이 흥미가 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 편이다.
끊임없이 재미를 추구하지 않으며 충동적이지도 않다.
눈을 뜬 뒤 생각난대로 바다를 보러가는 유형도 아니다.
결국 그들이 내게 말한 힐링의 이론은 적용이 불가능한 것이다.
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, 서점에 가거나, 길을 걷는 등
내가 쓰고 있었던 여유의 방식들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.
다만 뭐랄까, 그 방식에서 탈피하고 싶은 욕구가 있달까.
공부와는 다른, 동적이면서, 재미있는 무언가가 하고 싶달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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