Wednesday, January 23, 2013



semper paratus


미소 일상다반사















사실 길을 걷다가 '도를 아십니까'나 '영혼이 맑으시네요'라고 말하는 이들에게
여러번 잡혀 본 적이 있다. 언젠가는 학교 안에서 이상한 종교의 모집자 두 명을 만나
(그것도 야밤에) 지하철 역까지 내려가면서 이것 저것 얘기를 나누었는데,
헤어지기 전에 "종교 같은건 안 믿으셔도 될 것 같아요"라는 소리를 들었다.
한동안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었는데, 요즘 따라 곁에 다가와 말을 건네거나
지나가다 잡히거나, 심지어는 서점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가오기까지 한다.
근데 오늘 길을 걷다가, 버스에서 창 밖을 보다가 문득 떠오르게 된 생각은
혹시 그들을 불러들일 정도로 내 표정이 어두운게 아닌가 하는 물음이었다.

마음을 고되게 하던 사람을 잊었고, 가슴에 차오르던 악의 원인도 알게 되었다.
나의 밝음과 관심이 누군가를 괴롭게 하거나 귀찮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.
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'자기 앞길을 막지 않을 때'만 내 편이라는 것도,
나를 무시하고 인정해주지 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른 측면에서는
나에게 힘이 될 수 있는 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. 참 슬프고 어지러웠다.

웃자. 나의 밝음이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고 해서 어두워질 필요는 없다.
그것만은 내 잘못이 아니고, 복잡하고 슬픈 눈빛을 가진 그 사람의 탓이었다고,
트라우마 때문에 조금만 빛이 들어와도 도망치는 그 사람의 탓이었다고,
끊임없이 되뇌지만, 슬퍼진다. 나는 사람의 나약함과 잔인함을 동시에 보았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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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유라는 것은 일상다반사


때를 기다리다 일상다반사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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